컵을 내려놓고 창밖을 본다.
세이프모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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회의실
오전 아홉 시, 투자사 12층 회의실. 오늘 오후 세 시, 당신 회사의 매각이 통보된다. 탁자 위 출력물 3분기 칸에 빨간 동그라미가 하나 쳐져 있다. 아직 아무도 펜을 들지 않았다.
유리벽 앞에 막내 심사역이 서류를 가슴에 안고 서 있다. 손에 쥔 건 빨간 펜 하나뿐이다.
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출력물을 넘긴다. 직원 스물세 명의 월급과 당신이 밤새 붙들고 있던 칸들이 그녀의 손끝 아래로 한 줄씩 지나간다. 소수점이 어긋난 칸에서 펜이 멈춘다. 숫자는 두고 자리만 고쳐 놓는다.
회의실 화면에 일정이 떠 있다.
09:30 실사 질의15:00 매각 통보담당: 서이든
복도에서 상사 목소리가 지나간다. 그녀 어깨가 조금 굳었다가, 목소리가 멀어진 뒤에야 풀린다. 그녀가 한 박자 늦게 자리에 앉는다. 서류 맨 뒤 장은 접힌 채 그녀 팔꿈치 밑에 깔려 있다.
그녀의 커피는 한 모금도 줄지 않았다.
펜이 세 번째 줄에서 멈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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