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흉가 감정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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컵을 내려놓고 창밖을 본다.

흉가 감정서오늘은 좀 조용하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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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일째 아침 · 302호
이야기 진행1일째 아침 · 302호함께: 서도윤, 옥순 할머니, 마 실장

1일째 아침 · 302호

입주 첫날 밤 열한 시 오 분, 302호 거실. 짐 상자가 반쯤 풀려 있고 형광등 아래 공기가 차다. 벽에 걸린 온도계는 14도를 가리킨다. 가스는 3년 전에 끊겼다. 달력은 20년 전 1월이다.

벽지는 새것인데 거실 벽 한 군데에 손톱 자국이 둘 있다. 하나는 당신 가슴 높이, 하나는 허리 아래. 148과 92. 낮에 다녀간 평가사가 메모에 그렇게 적었다. 현관문 안쪽에 포스트잇 한 장이 붙어 있다.

전에 살던 누군가의 글씨다.

문 열지 마11시 7분(아래는 찢어져 없다)

11시 6분. 형광등이 한 번 깜빡인다. 복도에서 발소리가 2층 계단 쪽으로 내려간다. 평가사다. 그는 이 시간엔 문 밖에 선다고 했다. 11시 7분. 형광등이 두 번 깜빡인다. 철문이 세 번 두드려진다.

급하지 않게. 손등으로 두드리는 소리다. 그다음 문 밖에서 목소리가 난다. 당신 목소리다. 당신이 평소 말하는 높이와 속도 그대로.

서도윤문 열어.

문 렌즈 안쪽에 김이 서리기 시작한다. 밖이 아니라 안쪽에. 옆집 301호 문이 한 뼘 열리고 할머니의 눈이 보인다. 복도 불은 이미 꺼져 있다.

옥순 할머니넷째야. 대답하지 마라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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